도시와 그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나타내어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권두현(사진), 서지선(회화), 이효연(회화), 한 슬(회화) 네 명의 작품들이 My Lonely Planet 이라는 이름 아래 한 자리에 전시된다. 도시와 도시인의 모습을 세련된 방법으로 표현하는 권두현과 이효연의 작업, 도시라는 공간과 그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 사물과의 관계에 집중한 서지선과 한슬의 새로운 작업들이 선보인다.

흐릿한 이미지의 회화적인 사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권두현의 작업은 대상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그가 흔들어놓는 주변의 대기를 포착한다. 정지된 화면임에도 공기의 흐름, 사진 속 분위기 등이 만져질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업은 대도시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인파에 묻혀 지나가는 한 사람, 근원적인 고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을 주인공 삼아 회색빛 도시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따뜻함이 돋보인다. 서지선은 도시의 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모습을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채집된 순간의 장면을 작가 자신만의 기억된 색감들로 여과시켜 일종의 패턴처럼 평면화시키는 방법으로 화면을 재구성하여 보는 이에게 친근하면서도 낯선, 오직 그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낮은 채도의 잔잔한 파스텔 톤 색감은 보는 이에게 편안함과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에서 나아가 도시와 그 안의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작가의 애정 깃든 시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게 하는 한 부분이다. 이효연은 도시의 숨겨진 풍경,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정체 모를 구조물과 그 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창 밖에서 들여다 본 건물 안 사람들의 모습 등에서 나타나듯이 조금은 외롭고 쓸쓸한 현대인의 오늘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타인의 존재는 이웃인 동시에 이방인이며, 낯섦과 외로움은 더 이상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절제된 구도와 맑은 색감이 매력적인 작품 속 이방인들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다가오는 고독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한 슬의 작업은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에게 선택된 일상의 소소한 사물들은 원래의 자리에서 분리되어 캔버스 전면에 확대되어 나타나면서 숨겨져 있던 개개의 특성이 나타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층건물의 실내에서 밖의 도시경관을 조망하는 듯한 풍경 위에 일상의 사물들-유리컵에 꽂혀있는 색색의 색연필-이 놓여있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작품 속 배경과 사물이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공간을 구성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