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3 - 3. 27
황용진 개인전 / HWANG YONG JIN

 

       
 

   

My Landscape

여행하면서 기차, 버스, 자동차의 차창을 통해 스치는 자연의 풍경들, 가까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채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 멀리 서서서히 멀리 있는 나를 바라보는 듯한 원경의 모습들, 화려하지도 멋있지도 않는 조금은 지루한 그 풍경들, 이러한것들이 나의 마음을 흔든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초라한 모습이 이렇지 아니한가. 누구의 눈에도 포착되지 않고 스쳐 지나가게 되는, 거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눈에 띄어 기억되지도 않는 우리의 보통사람들의 흔한 모습. 그러기에 햇살 가득한 풍경, 멋진구도를 가진 이러한 풍경이 아닌 흐린날의, 희미한 낙조의 역광을 가진 밋밋하기 조차한 그러한 풍경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나의풍경’이다.
이러한 풍경은 쓸쓸함과 그 안에 담겨있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문득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한 알 수 없는 이야기는 우리 마음 한구석에 묻혀 있는 오래된 기억일 수도 있고 약간의 감성적 떨림을 유발하는 공간적 분위기일 수도 있다. 화면에 시간과 공간의 표현 이동시에 그려지는 것은 우리의 삶의 무게에 그 어느 하나도 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황용진 작가노트)

 

이번 전시는 2014년 일우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이후 4년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일전의 전시가 황용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총정리하는 전시였다면 이번전시는새롭게 시도하는 신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용진 작가는 60세가 넘은 작가이지만 항상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없다. 기존의 작품이 작가와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풍경을 보여줬다면 이번 신작들은 어찌보면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간결하고 담백한 시선으로 보여 주는데 이이미지들은 작가의 물리적 위치밖에있는 풍경이며, 작가가 배제된 풍경이다. 작가가 속해있는 공간이 아닌 그저 스쳐지나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풍경들은 뚜렷하지 않고 그 이미지들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 상상력을 발휘해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보기도 하고, 때론 그저 이미지 그 자체로 스쳐 보내기도 한다.

모순되게도 작가는 이런 타자화된 풍경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삶에 대해, 다른이들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기존의 전시가 ‘나’로부터 시작된 풍경이 ‘당신들’에게 흐르는 방식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전시는 ‘당신들’의 풍경이 ‘나’에게 와서 의미 혹은 무의미를 부여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